[diesund das] 04_손때 묻은 편지들

diesund 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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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묻은 편지들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이제는 짐 더미가 되어버린 한때 사랑했던 것들을 대청소라는 이름으로 비우고 나면 잊고있던 물건들이 새삼스럽게 하나 둘 제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은 몇 년 동안 몇 번에 걸친 이사에도 버리지 못한 미련 가득 손때 묻은 것들이다. 늘 그렇듯이 또다시 닳도록 매만지다 버리지 못하고 한참을 보다 집어넣는다. 

그 중 그리운 이름이 적힌 오래된 편지들이 있다. 문자와 메일이 더 편한 지금을 잘 모르던 그 때 그 시절 너희들이 정성스럽게 꾹꾹 담아 눌러 쓴 글자 하나하나에는 그 당시 우리의 시간이 오롯이 담겨있어 읽다 보면 나도 모를 그리움에 바로 어제 같은 해사한 얼굴들이 떠올라 또 다시 미소 짓는다.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은 그리움이란 단어로 하나가 되어 소중함만 남는다. 개중에는 너희들에게 보내려다 보내지 못한 나의 편지도 있다. 너희들과 웃고 있는 그때의 나는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나 또 아주 고마웠다. 나에게 그리고 너희에게 솔직할 수 있었던 나도 내가 처음이던 어린 날의 나와 너희에게 긴 시간을 뛰어넘어 여기까지 왔음에 진심을 담아 수고했다고 편지 한 장을 써주고 싶지만 이제는 닿지 않는 시간이라 또 아쉽다.

비질이 끝나면 아껴 뒀던 편지지를 꺼내 편지를 써야지 다짐만 하는 오늘 이지만 언젠가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보고싶은 마음을 담아 조금 더 정성 스럽게 글자 하나하나 꾹꾹 눌러 편지를 써야겠다. 오늘의 나처럼 그들이 모든 걸 비워 낸 그 자리에 손때 묵은 그 모습 그대로 소중하게 그 자리에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