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마시다 酒_38] 서울 식품

[혼자 마시다 酒]


서울 식품

종로 3가의 한적한 골목들은 더이상 한적하지 않은지 오래다. 무슨 무슨 길 이라며 새로운 이름이 붙은 그 골목들은 이제는 연일 사람이 넘친다. 처음 서울식품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보나마나 북적이는 어느 길 중 하나인가 했다. 그렇게 별 다른 생각없이 지도를 키고 방향을 찾아 가는 길은 종로에 아직 이런 길이 남아 있었나 싶어 낯설기까지 하다. 사업장과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은듯한 외관의 낮은 담장을 지나니 골목 끝에 ‘서울식품’이 보인다.

놀라울 정도로 오래된 옛날 2층집의 모습을 하고 있어 순간 과거로 돌아간듯한 착각이 드는 이 곳은 요즘 유행 한다는 ‘가맥집’이다. 내부에서 연결된 곳도 없이 가게를 빠져나와 집보다는 새것으로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면 쌓여 있는 의자와 뒤죽박죽 손님들이 알아서 정리해 앉는 좌석들이 보인다. 동네 어르신들이 혼자도 가신다는 말에 호기롭게 나섰지만 채워진 좌석은 삼삼오오다. 일부러 사람 없는 한적한 낮 시간에 갔는데도 몇몇 채워진 좌석이 이 곳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를 한참을 고민하고 앉았는데 아래층 슈퍼에서 음식을 만드시던 아주머니께서 앞 좌석에서 시킨 커다란 부추 파전과 보글보글 끓고 있는 얼큰한 찌개를 가져 오신다. 굴전과 부추전 중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터에 고소한 부추전의 향과 엄청난 비쥬얼에 부추전(4000원) 순두부찌개(5000원) 그리고 여기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메뉴에는 없는 짜파게티(3000원)를 주문한다. 

그릇과 김치, 간장,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원하는 술은 냉장고에서 가져온다. 휴지는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데 그것이 또 뭔가 그렇게 있어 보인다. 휴지 옆 이미 어제 누군가가 마신 병뚜껑을 물고있는 병따개도 그에 한몫 한다. 

오늘의 주종은 이 분위기라면 역시라는 ‘막걸리’이다. 막걸리를 꼴꼴 따라 벽을 채운 낙서들을 안주 삼아 한잔 마시는데 유난히도 막걸리 숙취에 약한데도 이날 따라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가 없다. 가만히 안주가 나오는 동안 홀짝홀짝 마시며 시끄러운 2층집의 이런저런 소리들을 두런두런 듣는다. 앞자리는 다나까로 끝나는게 군인인가 보니 머리 숱이 새까맣다. 제대 한지 몇 안된 군대 동기인가 보다, 청춘이다, 생각하고 있는데 저 건너에 대학생 무리들이 2층이 떠나가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참이다. 시끌시끌 남들 사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심심하지도 않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원래 이 가맥집의 원래 단골들이신 연령대가 지긋한 분들도 하나 둘 자리를 잡으신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다같이 모여 한잔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던 적이 있었던가 싶어 이 묘한 풍경을 마음에 담는다. 

기다리던 부추전이 먼저 나왔는데 향이 코끝까지 마중와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쪽을 간장에 톡톡 담궈 입에 넣으니 부추향이 입안 가득 고소하고 향기롭다. 입안을 채운 맛있는 맛에 참지 못하고 적당히 마셔야지 생각했던 막걸리는 어느새 두 잔 째이다. 

보글보글 순두부에는 순두부, 바지락, 계란 노른자까지 절대 대충이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 설레임에 한 모금 마시니 조금은 썰렁한 2층이 따뜻한 온기로 차는 착각이 든다. 얼큰하고 맛이 좋아 또 막걸리를 찾으니 어느새 세 잔 째이다. 

막걸리에 유독 취약한 나는 이미 한계점이다 싶지만 그렇게 맛있다는 남이 끓여준 짜파게티를 입안 가득 무니 술기운이 날라갈 정도로 맛이 좋다. 다른 메뉴를 포기하고 골랐지만 후회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정리해 주는 최고의 맛이다. 

맛이 좋고 사람 사는 소리가 좋아 마시다 보니 적당히는 더이상 적당히를 몰라 어느새 장수 막걸리는 텅텅비어 가볍고 사람 소리가 저만치 가고 있어 기분좋게 길을 나섰다. 역시나 천천히 나의 뒤통수를 치며 올라오는 막걸리의 숙취를 부여 잡고 걷는 걸음새가 일자인지 이자인지 갈지자인지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춤사위로 오늘도 그렇게 혼자 마신다.

가는 법

종로 서울식품

전화번호 / 02-2267-3657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18길 32지번관수동 102-1지도보기
시간 / 평일 10:00 - 22:30토요일 10:00 - 19:00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