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타는 인력거] 불경기 잊은 크리스마스 이브 03

불경기 잊은 크리스마스 이브 03

커피한약방은 언제나 좋은 카드

바로 커피한약방. 요즘 을지로에서 차츰 명성이 알려지고 있는 간판 없는 카페들의 인기에 힘입어 더욱 인기가 늘고 있는 곳이다. 카페 투어의 중요한 부분은, 이곳을 알아두었다가 나중에 꼭 오시라 이 정도 선에서 마치는 것이다. 그렇게 안내하기에 명동 커피한약방은 정말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투어 도중 처음 커피 한약방을 알게 된 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서 그런 건지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겼다.

당장 이곳에서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영상물을 촬영해도 무리 없는 고풍스런 인테리어와, 이곳을 꼭꼭 숨기고 있는 실골목은 이미 유명해진지 오래. 인스타그램에 관련 검색어는 벌써 몇 만이 넘어가고 있다. 사실 너무 알려지지 않길 내심 바라지만 손님들을 데리고 오는 사람으로서 가지기엔 곤란한 생각 같다.

이곳을 거치고 나면 대부분 승객들은 이런 곳을 알려주어 고맙다고 한다. 인력거의 장점이 딱 드러나는 순간이다. ‘내가 찾아가고, 공부하면 알 수는 있으나 그것이 귀찮은 장소’ 그런 곳에 사람들을 안내해주는 것이 이 일의 결정적 수익모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밤 아홉시,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다섯 팀을 태우고 나니 시간은 밤 아홉 시. 오늘 처음 서울에 놀러 온 학생 두 명. 아이 데리고 다니다 지쳐버린 부모님. 여자친구와 사귄 지 얼마 안 되어 좋은 데이트 거리를 찾아다니던 남자. 대체 젊은 사람들이 연말에 집에 있지 않고 나와들 있는 이유가 궁금해 한 번 나와봤다는 노부부 그 외 두 팀. 기온은 더 떨어지고, 준비한 핫팩과 더운 물 든 가방도 모두 식어버렸다. 다른 곳에 흩어져 있는 라이더들과 연락을 취한 뒤 다시 차고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방향에 한 사람만 더 태울 순 없을까? 하는 욕심이 고개를 든다. 왜 택시 기사들이 그런 말을 하고 다녔는지 몸으로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연휴가 끝나면 또 출근하고, 적게 움직이며 먹는 밥에 소화능력 안 좋은 장은 또 꼬이겠지만 다시 나올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그렇게 살아가겠지.

어느 덧 이 일이 나에게 돈벌이 이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녀가신 손님, 앞으로 다녀가실 손님 그리고 이 두서 없는 운행일지 아닌 운행일지 같은 글을 지금껏 읽어 주신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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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거 끄는 남자조남훈

"북촌을 찾은 손님들을 인력거로 나릅니다.

찾아가면 좋지만, 막상 발걸음하기는 어려운 장소를 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