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진카페] 을지로, 을지빈

을지로, 을지빈

친구와 술이 얼큰하게 올라 술이라도 깰겸 카페로 향했다. 이미 먹어본 커피가 맛있는 을지로의 분카샤를 가려 골목을 들어 왔는데 술에 취한 건지 분명 지도를 보고 찾아와 낯익은 골목인데도 이름과 간판 없는 분카샤가 있어야 할 곳에 없는 것이 아닌가? 조금 더 헤매 볼까 고민을 하다 누가 봐도 을지로 카페인 을지빈의 입간판을 발견했다. 

알콜이 그러하듯 조금은 충동적인 기분에 그러지 않아도 기분파인 우리는 그래그래 가자가자 하며 계단을 오른다. 조금은 신난 목소리로 이제 을지로의 ‘을’도 좋더라 하니 이미 커피를 마시고 나오시던 손님이 그러다간 평생 ‘을’로 살아요 하며 농을 던져 친구와 한참을 웃으며 들어갔다. 누가 봐도 취한 사람들이다. 

생각보다 훨씬 넓은 카페 안 곳곳에 빈티지 감성으로 가득 차 있는데 묘하게 세련되 보인다. 더이상 신호가 닿지 않아 지직거리는 화면의 옛 TV도 여기서는 값어치가 있다. 오랜 것들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이는 곳이다. 카페 곳곳이 포토존인 듯 수줍은 표정의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는데 이마저도 귀여워 흐뭇하다. 

어떤 커피가 시그니쳐인지 여쭈니 딱히 시그니쳐는 없다는 말이 반대로 모든 음료에 자신 있다는 말로 들려 주저없이 라떼와 아인슈페너를 주문했다. 곧 나온 따뜻한 라뗴와 아인슈페너는 가게 곳곳을 채우고 있던 캐릭터용품들이 그냥 있는게 아니 라는 듯이 빈티지 캐릭터 컵에 담겨 나온다. 캐릭터 컵과 묘하게 고급스러운 커피들이 조화로워 마치 을지빈 같았다. 

아인슈페너의 차가운 크림과 따듯한 아메리카노의 조화에 시원하고 뜨뜻하며 달콤해 취기가 가신다. 라떼 매니아인 친구는 라떼도 너무 맛있다며 싱글벙글한 얼굴이다. 그렇게 취기를 날려주는 커피와 분위기가 너무 좋았지만 사라져 가는 취기가 아쉬워 커피가 바닥을 보일 때 즘 일어나 다시금 술집으로 자리를 옮긴다.